2022.08.12. - 08. 28. KCDF 갤러리 제1전시장
죽음을 기억하는 방법, How to remember death
기획|공상희
휴대용 제사 도구 이상민, 2022, 단풍나무
휴대용 제사 도구 이상민, 2022, 단풍나무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남은 이들의 몫
생명은 모두 죽음을 맞는다. 어느 순간, 어떤 형태로 찾아올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 성장하며 구축한 세계의 끝이자 완성. 그래서일까? 예로부터 죽음을 다루는 의식은 다른 어떤 의식보다 예[禮]와 법식[法式]을 갖추어 치렀다. 의식의 절차는 물론이거니와 의식에 쓰이는 여러 물건에도 떠난 존재를 향한 애도와 안녕이 깃들어져 있다.
일생 의례 중 가장 보수적인 죽음의 의식은 오늘날에도 유교적 전통에 기반하여 치러진다. 그러나 현대의 장례는 전통시 대에 비해 많은 부분 간소화되었다. 애달픈 마음이야 달라지 지 않았겠지만, 편리성과 효율성에 따라 죽음을 기리는 의식은 장례식장과 상조회사 등 장례 산업 체계 안에서 진행된다. 장례의 시작과 함께 펼쳐지는 상조회사의 메뉴판 속에는 가격대별로 조금씩 꾸밈이 다른 꽃 장식과 상차림, 규격화된 수의와 상복들이 제시된다. 저마다 고유한 역사를 쓰며 살아온 존재들의 마지막을 이렇게 기억해야만 하는 걸까? 죽음이라는 생의 완성을 조금은 다르게 기념할 수 있지 않을까? 일상에서 죽은 이를 다정히 추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기능과 형태, 상징과 의미가 담긴 갖가지 물건을 만드는 것이 공예라면, PROJECT 21은 공예로 죽음을 기억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죽은 이를 위한 물건도 있고, 남은 이를 위한 물건도 있다. 어떤 물건에는 전통적 의미가 내포 되어 있기도 하고, 또 어떤 것에는 작가 개인의 사연이 담겨 있기도 하다.손품을 들여 만든, 온기와 정성이 담긴 물건. 모양과 쓰임이 다른 PROJECT 21의 물건들은 바란다. 남아 있는 이곳에서 우리가 당신의 존재와 그 죽음을 기억할 테니, 당신은 일생을 함께한 물질의 그릇을 떠나 여기보다 더 나은 곳으로 가길. 가서 영원의 안식을 누리길. |기획자 공상희
기획 공상희
공간디자인 김한주
그래픽디자인 박진희
사진 Munch studio
참여작가
김규태 양혜정 오승환 이상민 이솔찬 이지원 임서윤 조현영